홋카이도 여행
샤리맛집
멋진 풍경과 맛있는 냉라멘
샤리 기요사토정 시민지역정보센터
신의 연못을 떠나 시레토코를 향해 열심히 차를 몰다가 정말 예기치 않게 차를 세운 곳이다. 그 어떤 사전정보도 없이 들어선 홋카이도 동북부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시민 지역 정보 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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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건빵 속 별사탕건빵 속 별사탕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계획하지 않았던 곳들을 방문하면서 얻게 되는 소소한 만족과 즐거움들이다. 앞서 방문했던 신의 연못이야 그래도 사전에 약간의 정보를 찾았던 곳이고 방문계획도 잡아서 찾아간 곳이다. 하지만 샤리샤리의 기요사토정기요사토정 시민 지역 정보 센터는 그냥 지나다 들린 곳이었다. 원래는 시레토코시레토코의 우토로우토로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다. 차가운 요오츠크해에서 나는 맛있는 해산물로 만든 우토로의 회덮밥우토로의 회덮밥이 그 어떤 회덮밥과도 비교불가의 신의 한수, 아니 신의 한끼라는 소문을 들었던 때문이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기요사토정에서 예정보다 좀 이른 점심을 먹게 되어버렸다.
재료의 구성면에서 무려 요오츠크해의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회덮밥과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라멘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나만은 결과적으로 그래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고 만족스러운 점심이 되었다. 그래도 그 먼 곳까지 가서 바다마저 얼어버리는 차가운 요오츠크해에서 난 비교불가의 해물로 만든 우토로의 회덮밥을 못먹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맞다. 한국에 가서 김치를 안먹어보고, 대구에 가서 매운 갈비찜을 안먹고 온 격이니...
홋카이도의 여름은 풍족했다. 겨울이 오면 길고 혹독한 추위에 시달리겠지만, 그 모든 것은 설국에 다가올 풍요로움을 위한 눈부신 인내일 뿐이다.
길은 넓지 않으나 깨끗했고, 길가의 건물들은 아담하고 예쁘다.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서 쓸쓸하긴하다.
풍족함 속에 있는 쓸쓸함.
어떤 이는 말하길 혼자 있을 줄 알고 외로움을 견딜 줄 아는 이가 가장 강하고 위대한 사람이라고 하던데... 캐나다도 그랬고, 여기도 그렇고, 왠지모를 쓸쓸한 이런 곳은 그가 말한 강하고 위대한 사람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곳일까?
샤리 기요사토정 시민지역정보센터
평일 낮인 탓일까? 주변은 조용하고도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왼쪽 사진에 보이는 곳은 센터 뒤쪽에 자리 잡은 양조장이다. 샤리의 특산품 중 하나인 고구마로 만드는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이라고 한다. 직접 들어가보진 않았다.
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표지판곤포 사일리지로 만든 표지판
늘 하얀색으로 만든 것들만 봐왔는데 이건 검은 색으로 된 사일리지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선 소먹이로 쓰이느라 볏짚으로 만든 곤포 사일리지가 불티나게 팔려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땅으로 돌아가야할 볏짚이 부족해 땅이 기운을 잃어 화학비료 사용이 늘어난다고 한다. 소의 배변물을 다시 거름으로 활용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거기에 따른 여러 노력과 경비들이 비합리적이라 생각처럼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고약한 냄새 문제도 있는데 일설에는 어떤 거물 정치인이 자기 집 주변에서 냄새가 난다고 배변물을 이용한 퇴비 사용금지를 지역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무튼 우린 겉다르고 속다른 인간들.
지역안내도
센터 안 한쪽에는 조촐한 특산품 판매코너가 있고 그 옆에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고구마로 만든 소주가 전시 판매되고 있다. 특산품 코너에서 성게알과 해초로 만든 후리카케 같은 밥에 뿌려먹는걸 샀는데 생각보다 보존도 오래되고 맛도 괜츈했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깔끔하다.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 두분이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 중이다. 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면 매일 마주하는 풍경일텐데 지겹지도 않은지. 허긴 나도 내가 살며 늘 바라보는 우리 집 정원을 가끔 멍하니 바라볼 때가 있다.
자신이 늘 살고 있는 곳의 그것이지만 사람들이 한번씩은 그 익숙한 풍경을 가만히 앉아 바라보곤 한다. 그건 어쩌면 단순히 풍경의 시각적인 모습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의 시간과 세월과 숨결을 느끼는 교감의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식사를 파는 카페테리아도 마련되어 있다. 식사 메뉴는 열가지 정도. 우리는 냉라멘을 주문했다. 날씨도 시원했기 때문에 더워서 냉라멘을 선택한 것은 아니고, 그냥 호기심 때문이다. 그 동안 일본을 그렇게 많이 방문 했었지만 냉라멘을 먹어본 적은 없었다.
냉라멘 세트 두개와 추가로 속에 치즈인지 크림인지가 든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메뉴당 각각 두부와 샐러드 중에 하나를 서비스로 준다고 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샐러드 하나, 두부 하나를 시켰다. 서비스라니까 별거 아닌데도 괜히 기분 좋아하는 것은 그만큼 단순하다는 의민데... ㅠ.ㅠ
모두 해서 1300엔. 착한 가격이다.
처음에 음식을 받아오면서(셀프 시스템이다) 라멘 양을 보고 깜쪽 놀랐다. 뭐가 이렇게 많은지. 그런데 면 밑에 얼음이 삼분의 일 정도 깔려 있는걸 발견하고는 ㅋㅋㅋ.
얼마나 잘 덮어놨던지 면을 들춰보기 전에는 깜쪽같이 속았다. 아니, 원래 양을 부풀려보이거나 속일 의도가 아니라 면의 식감을 위해 얼음 위에 잘 덮어서 시원함이 면 전체에 골고루 잘 전해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무튼 뭐든 보이는 그대로만 믿으면 안된다. 참 중요한 교훈인데 인간들은 늘 실수를 반복한다.
얼음 위에 올려진 저 라멘을 옆에 있는 소스에 적셔 먹는다. 평소 소바를 좋아하는데 개인적으론 소바보다 식감도 좋았고, 맛도 좋았다. 하긴 내가 맛있다 하지 않은게 뭐가 있을까. 난 늘 당장 먹고 있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 (맛이 별로라고 한 것도 있었던거 같긴 한데...)
왼쪽 위부터 감자 튀긴 것. 무료로 제공되는 녹차. 직접 가져와 마시면 된다. 그리고 면과 함께 제공되는 가벼운 먹거리. 모두다 맛있다.
감자로 만든 요거요거 진짜 맛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치즈가 아니라 슈크림 같은데...
밖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바로 샤리산인듯. 공기도 좋고 구름도 흐르고.
또한번 기회가 온다면 다시 들려 느긋하게 차한잔 마시고 싶은 곳. 샤리 기요사토정 시민지역정보센터였다.
자. 이제 다시 부지런히 시레토코를 향해 달려보자.
여행은 이제 시작이다!
샤리 기요사토정 시민지역정보센터 위치 링크
https://goo.gl/maps/mpTVAx5Pqc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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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토러스 랩 / Torus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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