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날 세개로 된 시스템이었던 필립스는 내가 사용법을 제대로 몰랐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상처가 나서 내 피부와 수염상태에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브라운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럭저럭 만족하고 사용하던 브라운은 너무 막 다루는 바람에 연결부분이 망가지고 그로 인해 망까지 손상되어버렸다. 그래서 알아보던 중 다시 한번 갈아타게 된 제품이 파나소닉의 람대쉬. 람대쉬 중에서 당시 비교적 가성비가 괜찮아 보였던 ES ST로 선택했다.
#파나소닉면도기 #ES #ESST
람대쉬 ES ST를 사용한게 한 4~5년은 족히 된거 같은데(중간에 날과 망도 교체를 했다) 어느날부터 배터리 충전 알림표시등이 유난히 빨리 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배터리 방전이 예전보다 확연하게 빨라졌다. 아무래도 배터리의 수명이 다해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검색해보았다.
왠걸.
보통 2~3년이면 배터리를 갈아야 한다네. 난 그보다 2년 정도는 더 사용을 했으니 제대로 써먹은 셈. 꿩 먹고 알 먹고, 뼈 푹고아 탕을 끓여먹은 것도 모자라 죽까지 먹은 셈이다. 아마 종종 전기면도기와 날면도기를 병행해서 사용했기 때문에 공식수명보다 더 오래 쓴 것일지도.
아무튼 배터리를 갈아야겠는데 서비스센터에 들고갈지를 고민하다가 직접 갈 수 있을지 알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제품구입시 들어있던 설명서에 배터리 교체를 위해 람대쉬 면도기를 분해하는 방법이 적혀있었다.
먼저 시도한 사람들이 있는지 검색해봤는데 직접 갈다가 실수를 해서 포기하고 새제품을 구매했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다시 잠시 고민.
결국 일단 한번 뜯어나보자 싶어서 시도를 해봤다.
나사가 굉장히 빡빡하게 조여있는데 잘못하면 나사를 망칠 수 있으니 최대한 힘을 주고 조심해서 풀어야 한다.
나는 다이소 가서 구매한 홈기어 라쳇드라이버 T형 소켓 셋트를 이용했다.
엄지로 꾹 눌러주기도 좋고 힘이 잘 전달된다.
간혹 사용하고 드라이버 비트(끼웠다빼는 앞부분)를 빼려고 하면 손가락으로는 힘든 경우가 있어서 그럴때는 별도로 펜치(뻰찌X)나 롱노우즈를 사용해야하는 것이 단점.
분해해서 내부를 확인하고 다시 조립해서 사용해보니 문제없이 잘 작동된다. 배터리를 교체하지는 않았지만 한번 해체해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배터리를 구매해 직접 교체하기로 결정.
파나소닉 람대쉬 면도기 배터리 교체를 위한 분해방법
먼저 면도기 뒷면의 고무로 된 방수캡을 분리한다.
가느다란 클립을 이용하여 캡 한쪽에 있는 구멍에 넣어 방수캡을 빼낸다. 빼낸 방수캡은 잃어버리지 않게 한쪽에 잘 챙겨둔다. 이후에 풀게 될 나사들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것이 없다면 생수뚜껑이나 컵, 접시 같은 것을 추천한다. 그 정도야 다 가지고 있겠지.
내가 사용한 클립이다. 지금 보는 시점에서 왼쪽 것은 조금 굵은 편이고 오른쪽 클립이 적당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은색 클립 대부분이 가는 굵기에 해당되지 않을까 한다.
방수캡을 제거하면 이렇게 두개의 나사가 보인다. 있다가 십자 드라이버를 이용해 풀어준다. 빡빡하게 조여있으니 조심해서 잘 풀도록 하자. 꽉 누르면서 돌리지 않으면 나사산이 망가져서 해체가 불가능해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손재주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급적 라쳇 스타일의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이유다.
첫번째 주의사항
1. 나사가 망가지지 않도록 주의
우선 면도기의 아래쪽을 보면 구멍안쪽에 작은 나사 하나가 숨겨져 있다.
조심해서 풀어준다.
처음에는 라쳇 T형 드라이버로 어느 정도 푼다.
어느정도 풀리면 이때부터는 일자형 드라이버를 활용하여 풀면 편하고 신속하다.
나사가 저기에 있다.
나사를 제거하고 하얀 커버 부분을 쭉 당겨주면 저렇게 쑥 빠진다.
그리고 다시 손잡이 부분의 뒷면 검은 커버를 조심해서 벗겨준다.
윗부분이 본체에 끼여있으므로 충전선이 들어가는 아래부분부터 살짝 들어주며 밑으로 쏙 당겨주면 된다.
모든 분해 단계에서 억지로 힘을 쓰거나 하지 말고 조심조심.
6개의 나사를 앞과 동일한 방법으로 풀어준다.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직구한 파나소닉 람대쉬 전기면도기 충전배터리. 배송비까지 해서 한개 20,000원이 안되는 가격에 구매했다.
결제하고 2주 안에 물건을 받았다.
내부의 배터리도 비교적 빡빡하게 고정되어 있다. 사용 중에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아래쪽부터 단단히 집어서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야 빼낼 수 있다.
적당한 도구가 있다면 도구를 사용해서 빼내는 방법도 추천한다.
두번째 주의사항
2. 배터리 양극 음극 방향 주의
배터리를 끼울 차례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
배터리는 반드시플러스, 마이너스의 방향을 정확하게 넣어줘야 한다.
면도기 머리 쪽이 마이너스, 그리고 충전선을 꽂는 쪽이 배터리의 플러스극이 꽂혀야 한다. 반대로 장착하지 않도록 주의하도록 한다.
배터리 장착이 완료되었으면 분해와 반대순으로 조립을 해준다. 조립이 완료된 후 바로 사용하지 말고 한가지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 배터리 리셋 과정이다.
세번째 주의사항
3. 배터리 교체 충전선을 연결하여 리셋 하기
배터리를 교체를 완료하였으면 충전기를 연결하여 전기를 공급해준다. 충전기를 연결해 놓고 10초 정도 충전하며 기다린다.
이 과정으로 통해 리셋이 된다고 한다.
10초간 기다린다.
자, 이제 모든 과정이 완료되었다. 리셋과정까지 마치고 나니 잘 작동한다. 작동소리도 우렁차졌다(?). 소음이 심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생생한 새배터리로 바꿔줬더니 힘이 더 좋아진 느낌이다. 그냥 기분탓일수도 있겠지만. 작동 동영상을 올려본다.
이상 직접 진행해본 전기면도기 배터리 교체과정에 대한 정리를 마친다. 혹자는 그냥 서비스센터 가지고 가던가 새로 하나 사지 뭐하러 직구하고 두 주 가까이 기다려서 모험을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또 무엇보다 직접 교체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나 정보가 필요한 이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름의 가치가 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중앙미술학원은 1918년 개교한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미술교육기관이다. 현지에서 일상대화시 줄여서 '양메이'(央美)라고 많이 부른다.
'奔马' 로 유명한 쉬페이홍(徐悲鸿)이나 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齊白石) 같은 사람들이 학생들을 가르키기도 했던 곳이다.
베이징에서 생활할 적에 전시회 구경이나 산책, 운동을 하러 방문한 적이 있던 곳이다.
햇볕이 강렬한 초여름 베이징.
중국 중앙미술학원 북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떡덩어리처럼 맛깔진 곡선미를 자랑하며 떡하고 자리한 중앙미술학원 미술관. 이곳은 중국에서 국가중점미술관으로 지정된 곳이다.
중앙미술학원 미술관은 2019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이소자키 아라타가 설계한 건물이다.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하 하디드도 이 상을 수상했다.
미술관 내부를 들어가보면 공간의 아름다움에 멋지다는 느낌이 확 와닿는다.
국가중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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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안드로 에릴리치 베이징 개인전
Pulled by the roots, 连根拔起. 2015
전시관 외부에서 마주친 뿌리채 뽑힌 집의 이 기괴한 풍경도 사실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중 하나이다. 집의 모양은 전시회가 개최되는 나라의 특징을 잘 살려주는 모양으로 매번 다르게 제작된다. 이 작품에서는 중국 베이징 후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옥에 자전거가 집앞에 놓여져 있다. 베이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딱 봐도 아! 베이징!하고 떠올리게 된다.
그는 주로 인간의 시각적 착각을 이용한 작품들을 내놓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의 작품은 상당한 규모가 있어서 제약적인 공간에서는 전시가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전시회 오픈식 초청장
2004년작 수영장
Swimming Pool, 游泳池。2004
이 수영장도 전시를 위해 제작되었다. 단순한 풀이 아니라 작은 건물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한 표현이 될것이다.
사람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듯한 모습인데 역시 시각적 착각을 이용한 작품이다. 이곳은 사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관객들이 직접 작품 위에 올라가서 자기만의 예술행위(?)를 펼치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래층에 마련된 오프닝 다과회장.
중앙미술학원 100주년
치바이스(제백석)
중앙미술학원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동상이나 조각상이 캠퍼스 곳곳에 놓여있다. 제백서는 원래 목수였는데 30이 넘어서야 글을 배우고 그림을 배워 중국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위대한 화가가 되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쉬페이홍이라는 화가가 있기도 했다. 김명호 선생님의 글을 통해 접한 두사람의 관계와 일화는 나를 감동시켰다. 이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에 링크를 해두니 꼭 한번씩들 읽어보기를 권한다.
1950년 1월 초대 중앙미술학원 원장에 취임한 쉬베이훙은 치바이스를 다시 교수로 초빙했다. 학생들에게 시범을 보이는 치바이스. 김명호 제공 치바이스(齊白石·제백석)는 원래 목수였다. 나이 30이 되어서야 시와 글씨를 익히고 그림도 배웠다. 쉬베이훙이 장비웨이와 일본으로 도망간 바로 그해에 고향을...
근래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이용하는 호텔이 있다. 베이징 누오 호텔(NUO Hotel; 诺金饭店). 실내수영장을 갖춘 5성급 호텔로 공항, 왕징, 4환로와 가깝고 주변이 조용하고 깔끔한 편이라 편리하고 편안하다. 가짓수만 엄청 많은 조식(뷔페식)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지만.
누오에 대해선 따로 포스팅 하겠다.
베이징 누오(NUO)호텔 조식, 간단히 몇가지만 먹기로 한다.
베이징 누오(NUO)호텔 조식 훈툰. 주문하면 조리해주는데 잘만 오더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아꽁아마.
그 사이 누오호텔 인근에 바 같은 것들이 여럿 생겼다.
왕징체육장
초상은행(招商银行) ~ 포스코 차이나 ~ 왕징체육장 순으로 이동.
시장이 있었던 왕징체육장
사교댄스 연습중인 베이징 시민
왕징 체육문화광장
인민 계도 선전물을 보고 있는 중국인
왕징 체육장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던 시장이 사라졌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행정집행을 통해 불법건축물들을 대대적으로 철거 정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장백발이 관련된 골프장에 있던 연습장조차도 철퇴를 맞았다고 한다. 장백발은 그동안 그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토호 권력자중 한명이다. 2019년 7월 5일 84세로 사망했다.
거리 곳곳에도 불법퇴치와 관련한 구호가 나붙었다. 시진핑의 통치방식이다. 강력한 정부 주도하의 사회 개혁중이다.
그래서인지 베이징의 도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정리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공항 고속도로에서 갓길을 불법으로 신나게 달리던 차량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시내 도로에서도 차선을 벗어나는 차량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 주석이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각오를 한 모양이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관련 홍보책자
점심은 신장 식당을 이용한다. 신장 음식은 은근히 한국사람들 입맛에 맞고 맛도 좋다. 주로 면, 양고기, 토마토 등을 이용한 요리가 많다. 여기도 따로 한번 포스팅 해야겠다.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ilich) 전시회
중국 중앙미술학원 아트 뮤지움(미술관)에서 개최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Leandro Erilich;雷安德罗 埃利希) 작품전 오픈식에 초대받았다. 규모가 어마어마 했는데 작품 설치에만 1억이 훌쩍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 전시회에 대해서도 따로 포스팅을 하겠다.
중앙 미술 학원에 있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바이니엔 루저우 라오지아오(百年泸州老窖) 60년
저녁은 북경 왕징에 있는 몬스터 키친에서 호주산 소고기 숯불구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백주가 함께 한다. 무려 60년을 묵혔다는 52도짜리 바이니엔 루저우 라오지아오(百年泸州老窖). 30년, 60년, 90년 묵힌 것이 있다고 한다. 몸 생각해서 얼음을 넣어서 마셔준다.
이전에는 주로 김해공항을 이용했지만 이번엔 인천공항까지 가서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다. 대구에서 베이징 직항편이 있지만 시간대가 심야이거나 요금이 비싸다. 이번엔 그런 이유 때문에 대구공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일행분 스케쥴을 맞추다보니 인천공항으로 가게 된다.
열차편도 마찬가지로 불편해졌는데, 예전에는 부산역~동대구역을 출발 인천공항까지 가는 KTX가 있었지만, 2018년도부턴가 없어져 버렸다. 헐...
지금은 KTX를 타고 광명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공항가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동대구역복합터미널에서 인천까지 가는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첫번째 방법은 총 2시간 40분 가량 걸리지만 갈아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두번째는 한번에 가지만 4시간이 족히 걸리는 먼 여정이다. 결과적으로 예전에 바로 KTX를 이용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곤란해진 것이다. 비용도 더 들고...
난 시간관계상 KTX+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구름이 햇빛을 가려주어 그나마 큰더위는 피할듯한 하루
2019년 7월 KTX열차매거진
그나마 광명역에 내려 갈아탈 경우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도심공항터미널이 있다는 점이다. 부칠 짐이 있다면 이곳에서 수속을 밟아 버리면 복잡한 인천공항에서 수속을 밟을 필요가 없다. 도심공항 서비스는 이용 불가능한 항공사가 있으니 사전에 확인하도록 한다.
광명역 도심공항 터미널은 광명역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상행선 열차일 경우 뒷쪽 열차칸에 가깝다. 광명역의 남쪽, 서편에 위치한다.
열차에서 내려 윗층으로 올라가 서쪽 4번 출구로 가면 광명역 공항버스를 탈 수 있는 대합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용객이 늘었는지 먼저온 순서대로 앉아서 기다리도록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용객이 많아서 버스에 자리가 모자라게 되면 당연히 다음 버스를 이용해야한다. 이 말인즉슨, 공항도착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공항 도착은 적어도 3~40분 이상의 오차를 염두해두어야 한다. 운이 없다면 버스를 못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승차권은 KTX 구매시 함께 구매하면 된다. 연계시 할인이 된다. 코레일 모바일앱으로 연계 구매가능.
광명역~인천공항 버스 6770번 와이파이 비번
광명역 공항버스는 6770번 버스이다.
무료 와이파이가 있는데 비밀번호는 korail6770
인천공항 T1
광명역 ~ 인천공항T1 간은 약 50분이 소요된다.T1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 다른 터미널은 15분 이상 더 걸린다. 도로상황이 좋으면 그보다 짧게 걸릴 수도 있지만 너무 요행을 기대하진 말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인천공항에서 느낀건데 예전보다 관리가 좀 못해진 느낌이다. 화장실이 특히 딱 와닿던데 그다지 청결하지 못하더라는.
아시아나 기내식도 뭐 말 할 필요가 없이 완전 별로다. 한때는 한국 항공사들 기내식이 세계 일류라고들 했는데 지금은 아닌듯 하다. 기대치가 높아진 탓도 있을까?
베이징에 도착해서 먹은 저녁은 하이디라오 왕징점(교문호텔옆)에서 먹은 훠꿔.
중국에 가면 자주 이용하게 되는 훠꿔집들 중 하나이다. 여기에 대한 소개는 따로 포스팅을 한번 하도록 해야겠다.
오늘 만찬의 술은 마오타이 불로주 (茅台不老酒)
125ml 아담한 병이지만 도수 53도. 덜덜덜... 난 맛만 보고 말았다. 특공(특별공급)으로 구한 거라는데 일행들은 물론 한병으로들 끝내지 않았다.
뭐, 80도 정도까지도 접해본 적이 있으니 극상의 서프라이즈는 아니다.
한참 멋모르고 술 마시던 시절 56도짜리 얼궈토우(二锅头) 100ml짜리를 둘이서 창가에 빈병으로 줄을 쭉 세워가며 마신 적이 있다. 소위 삼국연의 영웅호걸? 흉내를 낸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죽는 줄도 모르고 저지른 미친 짓이었다. 실제로 그날 새벽 거의 떡실신, 사망을 경험했었다.
예전에 중국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마오타이 술이 좋은 이유가 물이 좋아서라고 하더라. 마오타이를 만드는 물은 그 지역 우물에서 나는 물인데 그 물맛이 탁월하다고.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지나치면 저세상으로 건너는 요단강물이 된다. 내 뇌는 혼미해져 쾌락의 길을 가지만, 내 간장은 절대 기억 할 것이다.
센간엔을 둘러보고 나와서 주변을 돌아본다. 주변에 유명한 곳으로는 대충 #구집성관 박물관 (Shoko Shuseikan Museum) 건물 두 곳과, 유리공예품 전시관 등이 있다. 쉬어 가거나 식사를 할만한 곳으론 #스타벅스 #센간엔점, 패밀리 레스토랑 조이풀 등이 있다. 특히 스타벅스 센간엔점은 건물이 예쁘기로 유명한 곳이다.
구 집성관 건물은 센간엔 입구 바로 부근에 자리한다. 센간엔 입구를 나와서 오른쪽으로 바라 보면 보이는 곳이다. 기와로 이뤄진 지붕과 돌로 지어진 것이 무척 단단하고 견고해보이는 건물이다.
집성관 기계공장이었던 건물이라고 한다. 중요문화재로 소개되어 있다. 일본 근대화의 중요한 출발지이다. 이런 흔적들이 부럽기도 하다.
질투하고 시샘하고 비난만 하다가는 변화가 없다. 교훈으로 삼고 쓴약이 되도록 삼켜야 다른 내일 온다.
구 집성관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실내는 단층으로 이뤄져 있고 규모는 생각보다 그다지 크지 않다. 1000엔짜리 센간엔 입장권인가, 그 표로 관람이 가능하다.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곳하면 사람마다 여러 곳을 떠올린다.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만장굴, 천지연폭포, 한라산, 여러 오름과 곶자왈, 올레길들을 비롯하여 성박물관, 제주돌문화공원, 오설록 등등. 요즘은 애월이니 함덕이니 해변까지 유명세를 탄 덕에 워낙 갈곳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단 몇곳을 꼽아야 한다면 오늘 소개할 용머리 해안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네델란드 상선 스페르베르(Sperwer)호가 1653년8월15일 대만을 경유해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항해하다가 그만 풍랑을 만나 표류해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 64명 28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의 막심한 피해를 입고 헤메다가 제주도에 도착한 것이다. 바로 이것을 기념한 전시관이 용머리 해안 인근에 있다.
이 표착 사건은 조선을 처음 서구에 알리는 계기가 된 하멜 표류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사실 하멜 일행은 조선에 원해서 찾아오게 된 것이 아니다. 풍량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선땅에 도착한 것인데 당시 조선은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본토로 데려가 분산 억류한다. 이 와중에 중상자가 포함되었던 생존자는 다시 16명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나중에 8명이 먼저 탈출하고 이후에 나머지 8명도 네델란드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전체적인 내용으로봐선 그다지 좋은 스토리 전개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억류라니.
하지만 어쨌던 하멜 일행의 스토리를 담은 전시관이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해안에 당시 스페르베르호를 재현하여 세워져있다. 이곳에 하멜 일행이 표착하게된 곳이라는 의미로 전시관이 세워져 있긴하지만 현재 학계에서는 실제로 하멜일행이 표착한 곳은 이곳이 아닌 제주도의 다른 지역이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한다.
해저, 그리고 다시 그 해저의 밑바닥 여기저기에서 뜨거운 마그마가 밀려 올라온다. 부글부글 팥죽 끓듯 터져오른 마그마는 차가운 바닷물을 만나 특유의 지형과 무늬를 이루어낸다. 약 100만년전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용머리 해안이나 산방산 등 제주도의 이곳저곳의 지질학적 형성과정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머리속이 뒤죽박죽이 된다. 그만큼 제주도의 형성과정은 단순하지 않은 복잡한 과정과 단계를 거쳤다. 관심있는 사람은 일단 아래 링크를 참고하도록 하라.
지질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아무래도 이런 것이 더 흥미롭다. 아마도 나만 그런건 아닐거라고 확신한다. 그러니 어려운 이번엔 어려운 얘기말고 전설의 고향으로 떠나본다.
용머리 해안에는 불로초를 찾아 조사단(?)을 파견했다는 진시황제와 관련된 또다른 전설이 남아 있다. 옛부터 용머리의 기세는 제주에 천하를 호령할 제왕이 태어날 기운(王后之地)을 갖고 있었다한다. 중국의 진나라 진시황제는 일지감치 이를 알아채고 풍수사 호종단에게 제주도의 이런 맥을 끊어놓고 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제주도로 보낸다. 제주의 구좌읍 종달리로 들어온 호종단은 지형지세를 보니 과연 왕이 날 지세라 여겨 제주의 지맥 혈을 찾아 끊기 시작했다. 호종단이 용머리에 닿았는데 막 바다로 뻗어 나가려는 용의 머리를 보고 그는 칼로 용의 꼬리를 먼저 자르고, 얼른 용의 등으로 올라타 잔등을 칼로 쳤다. 그리고 더 앞으로 달려 용의 머리를 끊으려는 순간 시뻘건 피가 솟으며 산방산이 울음을 토했고 몇날 며칠을 천둥번개가 쳤다고 한다. 그렇게 제주의 왕이 날 기세는 꺽여버리고 이를 지켜보던 산과 바다는 오랫동안 사납게 울어댔다고 전한다. 사실이라면 진시황제와 호종단이 쌍으로 욕 먹을 짓을 한 것이 된다.
1년 중 용머리 해안을 관람 가능할 수 있는 날은 200일이 채 안 된다. 파도가 심하거나 물때에 따라 접근이 불가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헛걸음 하고 싶지 않다면 방문 전에 반드시 개방여부, 마감시간 등을 확인하고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문의처는 마지막에 소개하겠다.
용머리 해안을 한바퀴 거니는데는 한시간이 안 걸린다. 군데군데 해녀 할머니들께서 해삼 같은 것들을 팔고 계신데 한접시 먹고 한숨 쉬었다가 움직여도 1시간이 안걸릴 것이다. 이곳 해녀 할머니들은 다른 곳 할머니들보다는 목소리도 덜 우렁차고(다른 곳 할머리들은 큰소리로 야단치는 것처럼 목소리가 크고 우렁차신데 귀가 잘안들리시고 그러시다보니 그렇게 된거라고...) 판매하시는 해산물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만약 할머니들께서 부지런히 자리를 접으시면 함께 따라서 어서 해안을 빠져나오는게 좋다. 그 누구보다도 물때를 귀신같이 아신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