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여행]
불곰 출몰지
시레토코 5호
(Shiretoko 5 Lakes)
1부
곰이 출몰하는곰이 출몰하는
유네스코 자연유산 시레토코 (知床五湖) 5호(湖)
시레토코 5호, 여기까지 오는데 무척 힘들었다. 신치토세에서 오비히로, 쿠시로, 아칸호, 그리고 유황산과 신의 연못, 샤리를 거쳐 이곳 시레토코 5호까지 오는 실제 여정이 힘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 과정들을 블로깅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말이다. 실제 여행은 꿀맛이었다. 헌데 쏨씨 좋은 글쟁이도 아닌 내가 5박 6일의 긴 여정을 기록하려하니 이건 정말이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꾸역꾸역 지금까지 올린 것을 대충 훑어보니 이번 일정으로만 벌써 10편 이상이다. 한 20편 가까이 되려나?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이 이번에 총 두편의 시레토코 편을 올리고나도 아직 3일의 일정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이다.
ㅠ.ㅠ 아이고 미리 생각하니 진부터 빠진다... 이런 와중에 네이버 블로그 개편 후 생긴 문제로 기껏 힘들게 작성한 글을 방금 모두 날려버리는 대박사건을 겪고 지금 처음부터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ㅠ.ㅠ 아... 비를 흠뻑 맞다가 흙탕물까지 뒤집어 쓴 격이라니. ㅠ.ㅠ
지난 '신의 연못' 편 포스팅 캡쳐화면
힘이 들다보니 저런 곰출몰 경고 따위는 이제 별 감흥이 없다. 위 사진은 요 바로 앞전에 포스팅한 <신의 연못> 편 캡처화면이다. 내용이 보고 싶다면 이전글을 찾아보라. 아무튼 먼저 이 신의 연못 편에서 밝혔던 것처럼 시레토코 5호는 곰출몰로 특화(?)되었다고 할 만큼 "나 곰 짠~"하고 곰이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방문객을 상대로 입장 전에 철저한 곰대처법 등의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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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큰곰 서식지입니다.""이곳은 큰곰 서식지입니다."
이 말인즉슨 여기는 너희 '인간의 영역 혹은 구역이 아니라 곰님의 나와바리*입니다~' 이런 뜻이다. 네가 아무리 여기서 오줌을 싸대고, 술을 X마시고 오바이트를 웩웩 해대더라도 곰님이 그냥 X무시를 해버린다는 뜻이다. 수 틀리면 곰앞발 싸다구 원펀치~ 게다가 그냥 곰도 아니고 큰곰이. 앞발 툭 한방이면 머리가 훽 돌아가버리는 그런 사이즈의... 사실 홋카이도의 큰곰이래봤자 북미대륙의 그리즐리만할까 했는데 검색해보니 거의 같은 아재들이다. 그래서 무시할만한 사이즈가 아니더라능.
특히 최근에 경각심 쩌는 보도자료가 올라와있더라. 새삼 친절하게 링크를 아래에...
*나와바리: 영향력이나 세력이 미치는 공간이나 영역을 속되게 이르는 말. 원래 일본어에서 왔다. 일본어로 새끼줄을 쳐서 경계를 정함, (폭련단 등의) 세력 범위; 세력권. 건축 부지에 새끼줄을 쳐서 건물의 위치를 정함 등의 의미가 있다.
https://www.ytn.co.kr/_ln/0104_201808101925477997
위 동영상 미리보기 화면만 딱 봐도 곰님께서 '너 딱 걸렸어' 하는 표정으로 썩소를 날리며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다. 삥만 뜯기고 무사하면 다행인데 원펀치라도 작렬하는 날엔... 꽉 닫긴 차안에서 목숨은 건질지라도 렌트카는 작살이 날 것이요 내부에는 공포에 쩔은 무능력한 호모 사피엔스가 발광하며 눈물콧물 짬뽕으로 면상도배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저차안에 있었더라면 레알 사정없이 오금이 저릴듯. 쉬...
슬금슬금 다가오는 폼새가 마치 전성기때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맨몸인채로 엉금엉금 기어오는 것 같다. "웅담이 아무리 몸에 좋대도 절대 안먹겠습니다! 살려줘~"
시레토코5호 필드하우스 위치
https://goo.gl/maps/2XHvu2q3r7D2
Shiretoko 5 Lakes Field House
시레토코 5호로 들어가는 입구 필드 하우스(Field House) 내부이다. 이곳에서 신분확인 및 등록도 하고 입장료를 낸후 입장을 하게 된다. 아. 한단계가 더 있는데 바로 시레토코 5호에 대한 소개와 안전과 관련된 강의이다. 이 강의를 듣고나서야 입장이 허용된다.
직업에 열중하다보면 결국 육신마저 커스터 마이징 되는 것일까? 사진 속 맨오른쪽에 곰처럼 앞발, 아니 팔을 척하고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마치 곰과 혼연일치가 된듯 앉아 있는 모자 쓴 남자가 나중에 우리에게 곰대처법을 비롯한 강의를 해줄 직원이다.
내가 꿈 속에서 곰이 된 것인가, 곰인 내가 인간의 꿈을 꾸는 것인가~~~ 헐헐.
밝혀두지만 절대 저 직원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니다. 그만큼 투철한 직업의식이 빛나 보인다는 순수하고 존경심 깃든 마음에서 나온 감탄이다.
강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하우스 내부를 둘러봤다.
하우스 중앙에 시레토코 5호를 재현해 놓은 디오라마. 디오라마로 이렇게 보면 별로 넓어보이지 않지만 꽤 넓은 곳이다.
5호를 다 둘러보는 코스는 총연장 3km 정도인데 구경하면서 돌다보다보면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드디어 강의가 시작되었다.
전체 강의는 15분에서 20분 가량 소요된다.
영상을 8분 정도 보고 나서 트레일에 대한 안내를 하고 곰과 관련한 내용을 안내한다.
물론 일본어로 열심히...
최근에 곰이 목격되거나 출몰한 것으로 확인 된 곳들이 보드 위에 표시되어 있다. 설명하는 직원은 신난 표정. 그래, 곰이나 우리나 다 같은 포유류니까. 동류의 출현은 반갑지. 암, 반갑고 말고.
아씽... 지금이라도 돌아서?
영상은 역시나 곰과 관련된 내용이다.
근데 900lbs는 도대체 얼마라는거야?
헉!
408.233133kg ??????
이씽...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서?
최고 450kg 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그래. 지금이라도 돌아서자.
그 잘난 세계 자연 유산 한번 돌아보겠다고 이 귀하디 귀한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인생은 어차피 가늘더라도 길게 가는게 장땡이다... 했지만 그냥 들어가게 됨.
곰은 뛰어난 수영선수라고 했던가...
그 덩치에 수영까지 잘한다면 저 호수쯤이나 그냥 쓰윽 건너오겠지?
우리는 1.6km짜리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짧은 코스라도 사진 찍고 뭐하다보면 약 40분 이상 걸린다.
한가지 해주고 싶은 어드바이스가 있는데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쬘 때는 이곳 방문을 자제하는게 좋을듯 하다. 어쩔 수 없이 방문하게 되었다면 양산이나 챙이 큰 모자, 모기기피제는 필수로 준비하자.
자연림이 잘 보존되어있다보니 수풀은 우거지고 멋진 나무들도 많다.
땅을 직접 밟고 돌아보는 지상 산책로가 끝나간다. 여기를 지나면 세상 멋진 나무로 된 고가목도로 이어진다. 이후의 내용은 2편에서 이어가는 것으로.
아래는 일본 환경성의 시레토코 고코레이크 소개 홈페이지
https://www.goko.g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