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rus Lab by k-pax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만산고택 사진 및 정보

#경북 #봉화 #만산고택 #한옥스테이 #달걀 #절도사건 #대략난감 #건망증 #무고한 #고양이 #음모론 #경북가볼만한곳 #영주가볼만한곳 #봉화가볼만한곳

만산고택은...

영동선이 돌아지나는 봉화군 춘양면에 있다. 아직 눈이 내리고 바로 녹지 않을 정도로 기온이 낮았지만 만산고택 한옥스테이에서의 일박은 춥거나 하진 않았다. 현대식 보일러를 갖춰 바닥이 밤새도록 뜨끈뜨근하고 온도조절도 가능하다. 문은 이중으로 되어있고 필요하면 방안쪽에 바람을 막는 커텐을 쳤다 걷었다 할 수 있다.
문의와 예약은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연락처가 소개되어있고 문의 등이 가능한 한옥스테이 만산고택의 공식홈페이지는 포스팅 맨 아래에 소개하겠다. 

그전에 만산고택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한옥스테이 경북 봉화 춘양 만산고택

달걀이 사라졌다.

2평 남짓한 좁은 방안. 
옆방으로 통하는 작은 문이 있고 네칸의 방들이 옆으로 쭉이어져 있었다. 
마당에는 그제 내린 눈이 아직 남아 있었고, 아직은 냉기가 남은 한가로운 시골 아침 초봄의 공기가 사방에 가득 했다.
고택에서의 하룻밤이었다.
가볍게 허기를 달래기 위해 가져온 삶은 달걀이 어디있나 여기저기를 뒤졌다. 옆방에 놔뒀던 먹을거리와 음료를 담은 몇개의 봉지들이 있었는데 지난밤 달걀이 들어있던 봉지를 아무리 뒤져도 안보인다.

"달걀이 사라졌습니다!"
"어제 있었쟎은가. 어디 있겠지."

일행인 어른께서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사라질리가 있겠냐고 의아해하셨다.
퍼뜩 어젯밤 간간히 울던 고양이 생각이 났다.

나는 약간은 격앙된 기분으로
"어제 그 고양이가  물어간게 아닐까요? 고양이가 처음에는 저쪽 건너방 쪽에서 울더니 나중에는 이쪽 옆방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니면 쥐가 입댄게 아닐까요?"
"옛끼, 이사람아. 그럼 먹은 흔적이라도 있겠지." 
어른께서 너털웃음을 지으시면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셨다.

그렇지. 쥐는 먹은 흔적이 남을 것이고, 나는 종종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위해서 먹이를 물어다 나르는걸 봐왔던지라 그것을 상상하고 있었다. 입에 삶은 달걀을 통째로 물고 총총 걸음으로 사라지는 고양이... 그렇지 않고서야 어제 분명히 봤던 달걀이 하룻밤 사이 감쪽 같이 사라질리가 없지 않은가.


사건의 전말

그런데 얼마지 않아 모든 것이 밝혀졌다. 범인은 먼곳에 있지 않았다.
쥐라도 탈까 염려되어 포장이 허술한 떡과 함께 달걀을 다른 봉지에 담아 방안 탁자 한쪽에 곱게 모셔두었던 것이다. 바로 내가 어젯밤에...
쥐는 그렇다치고 무고한 고양이에게 발생하지도 않았던 범행장면을 구체적으로 상상해가며 파렴치한 절도혐의를 뒤집어 씌웠던 내 자신이 어이가 없었다. 

묘(猫)형... 미안하오. 내 깊이 뉘우치니 부디 용서하시게. ㅠ.ㅠ

거울 앞에 얼굴을 들이대고 내 귓볼을 살펴본다. 세로로 주름이 선명하면 치매에 걸릴 확율이 높다는데 다행히 그렇진 않은듯 하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