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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레이' 태그의 글 목록 :: Torus Lab by k-p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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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두고 대중교통만으로 동해안 가기.
참으로 버라이어티하루였는데...
일단!
첫단계는 버스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고고.







KTX를 이용하면 30분 정도면 포항역에 도착한다. 잠깐 엉덩이 붙였다 떼면 내려야 할 정도. 근데 뭐 이 정도도 앞으로는 놀랍지도 않다. 하이퍼루프가 상용화 된다면 5분 정도면 주파하는 날도 올것이다. 혁신과 도전의 아이콘인 일런(엘론) 머스크가 처음 현실화의 포문을 열었던 하이퍼루프가 2019년에는 실제 사람을 태우고 운행할 계획이라고하니 기대만땅.
동대구에서 월포, 장사, 영덕 등지로의 열차 환승 총요금은 약 12,000~14,000원 가량.







2018년 10월 6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대구 포항간 구간 일대는 비가 점차 멎어가고 있었다.




KTX 포항역에서 동해선으로 갈아타고 월포로 향했다. 그런데 월포역에서 내린다는 것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그만 깜박하고 지나쳐 버렸다. 결국은 다음역인 장사역에 내려야 했다. ㅜ.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 가끔 이런 적이 있는데 기차를 타고 가다 이런 경우를 맞닥뜨리게 되면 대략 난감. ㅜ.ㅠ
장사역에 내린 시간이 1시 50분 경이었는데 월포쪽으로 돌아가는 열차시간이 한시간 가량이나 남아있어서 어쩔 수 없이 장사 해수욕장을 둘러보기로. 그런데 이 우연한 해프닝이 없었다면 수해현장을 목격하지 못했었을 것이다. 이유 없는 우연은 없다고 했던가!













장사역 주변 일대 도로가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있다.
장사역에서 장사해변으로 향하는 길은 모두 물에 잠겨있었다.






범람할 기세의 장사천

런데 딱 한곳 잠기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바로 장사천과 나란히 이어진 강변 제방길.
물이 갑자기 불어나면 위험천만한 곳인데 때마침 해변 쪽에서 그 길을 따라 걸어 나오는 현지 주민이 있어 그로부터 정보를 얻은 다음 결국 해변 쪽으로 가보기로 결정.








변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조급했다. 만약에라도 안전한 곳에 닿기 전에 갑자기 물이 불어나 장사천이 범람이라도 하면 그냥 막연한 어마무시한 위험을 떠나 그대로 물에 휩쓸려 수많은 부유물과 함께 바다로 떠내려 가버릴 것이기 때문.
오죽 불안했으면 갑자기 불이 불어날 경우에는 '냅다 뛰어서 저 사진 속 제방길 위에 놓여있는 배 위에 올라타야지'하는 나름 총명한 생각도 했다능. ㅡ,.ㅡ
지금에야 드는 생각이지만 앞으로는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다. 다 그런 안전불감증 때문에 그 많은 사고들이 생기는 것이니까.




















다리가 무너지지 않는게 신기해 보일 정도로 물살의 속도와 양은 엄청났다. 
p = mv
E = (1/2)mv2   
이니까 ㅋ~







타깝게도 산과 장사천 사이 일대의 적지 않은 가옥들과 주변에 주차된 차들이 모두 물에 잠겨 버렸다.
언듯 봐도 엄청나 보이는 피해.







렵사리 장사천 하구에 다다르자 동해가 나타났다. 하지만 동해바다는 예전에 우리가 알던 그 동해바다가 아니었다. 마치 중국 황하강을 보는듯 했다. 육지에서 흘러내린 엄청난 양의 황토물이 푸른 동해바다를 온통 황토물로 바꿔놓았다. 비는 그쳤지만 거센 바람이 불고 거친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마치 격정에 사로잡힌듯한 바다의 거대하고 웅장한 일렁임을 마주하자 경이감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듯 한동안 나는 그곳에 꼼짝없이 얼어 붙어 있었다.

셧다운, 순간정지, 그리고 감탄.
정신이 들자마자 요동치는 바다의 포효를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문득 현실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그제야 내가 서 있던 주변에는 처음부터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 인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위험천만.
'이러다가 바다로 휩쓸려 가버리는구나...'

서둘러 으르릉대는 거대한 자연의 성스러운 영역을 도망치듯 벗어났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인간으로서 범접할 수 없는 공간에 나도 모르게 잠시나마 침범했었다는 두려움이 들자 사지의 기운이 바람인형 쓰러지듯 빠져나가고 고개 돌려 뒤돌아 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모자이크 처리한 뱀

허겁지겁 해안을 빠져나오다 하마터면 뱀을 밟을뻔 했다. 죽은 뱀이었길래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더 버라이어티한 하루가 될뻔.



















해안 장사 일대의 저지대 도로가 모두 물에 잠겨버렸다. 강구 쪽에서 온 차량에 탑승한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강구 쪽에서는 산사태로 도로가 막혔버렸다고 했다.














월포

월포해변

장사를 떠나 월포로 이동했다.
월포역에 내리니 그곳은 지대가 다소 높은 덕분인지 월포 같은 피해를 입은 곳이 없었다.
다만...




월포해변

월포해변

변 가득히 밀려와 쌓인 온갖 부유무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없는게 없었다.
호박, 가지, 사과 등을 비롯해서 술병, 생활용품 등등



















월포 앞바다

장사 앞바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온했던 월포 앞바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랬다.
"모험 하러 오셨군요."
사실 난 모험을 하러 떠난게 아니었는데.
바닷가 카페에 앉아 비 내리는 바닷가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하는 평온한 시간을 갖고자 했던건데.
본의 아니게 졸지에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장을 개념없이 설치고 다닌 꼴이 되었다.
뉴스꺼리 생산하듯이 다 지난 후에 미화 하자면 모험이었겠지만...
대자연 앞에서는 인간의 형체도 역시나 나고 사라지는 여느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데 모험은 무슨...

토러스 랩 / Torus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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