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로(쿠시로)시는 홋카이도의 동남부에 위치하고 있다.
도시 이름은 아이누족 언어 아이누어인 쿠슈르에서 따왔는데 "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구는 17만 좀 넘는 곳.
구획을 좀 희안하게 해놨는데 세로로 길죽한 형태이다.
그래서 비교적 섬 안쪽에 위치한 유명한 아칸호도 이곳에 속한다.
산 바다 모두를 가지고 있다보니 어업은 물론 제지업도 유명하다고 한다.
근데 이상한게 중간에 뚝 떨어져서 왼쪽으로 한부분이 더 구시로에 속해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2005년 아칸 정과 온베츠 정은 구시로로 합쳐질 때 구시로시와 온베츠 정 사이에 있던 시라누카 정은 빠지기로 해서 이렇게 중간이 뚝 잘려버린거라고.
구시로시와 캐나다 벤쿠버시가 자매도시라고 한다.
밴쿠버에 있을 땐 몰랐는데 버나비 산에 있는 토템폴이 바로 구시로시에서 감사선물로 세워준 것이라고.
일본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의 케이와 메기의 고향이기도 하다고.
아무튼 뭐, 그렇다고.
바다를 마주한
구시로 도심의 고요한 밤과
애니메이션 속에 빠져든 것 같은 신비의 공간 <로바타>
구시로 시는 람사르협약에 가입된 습지와 아칸호수로 유명하다.
그 외에도 또 유명한 것이 있는데 바로 로바다야끼의 원조 도시라는 점.
그중에서도 자타가 공인하는 곳이 바로 <로바타>이다.
원래는 이곳에서 저녁을 먹을 계획은 없었는데 나름 저녁에 갈 곳들이 좀 있다는 사카에마치를 돌아다니보니 결국은 로바타로 흘러 들어가고 말았다. 기웃기웃거리다보니 안이 컴컴하고 뭔가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것이 알지못할 그 어떤 기운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마치 부족의 흥망성쇠를 이끄는 무속인처럼 할머니가 벌겋게 달아 있는 숯이 든 화로를 앞에 두고 가게 가운데에 비장한 자세로 앉아 있었고, 그 앞 삼면으로 사람들이 점괘를 기다리듯 몸을 낮추고 빼곡히 둘러앉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실은 나지막한 좌석과 앞에 놓인 먹을 것들 때문이었지만 어둡컴컴하고 황량한 구시로 도심을 배회하다 로바타를 맞닥드리게 되면 자연스레 그런 느낌이 들게 된다.
못 믿겠으면 가보시길.
다만 휴무 때 찾아가서 쌍욕 하시는 일은 없으시길 간곡히 바란다.
로바타 예약하는 곳
http://www.robata.cc/contact/contact_ko.html
휴무일 : 일요일 (4 월 하순부터 5 월 상순과 8 월에서 10 월 중순 무휴)
어둡컴컴
실내 조명이 상당히 어두운 편이다.
그 덕분에 아늑함과 신비로운 분위기는 배가 된다.
깜깜하면 왠지 므흣~ 하기도 하고,
뭔가 호러블 하기도 하고,
일상과는 좀 색다른 그런 느낌을 불러오지 않는가!
왠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틱한 인물들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로바타 안 구석구석에 까맣게 찌든 기름떼 같은 것들과 검게 코팅 된 말린 생선 같은 것들이 이곳만의 분위기를 한껏더 끌어올린다.
근데 저거 먹을 수 있는건가?
생선살 한쪽 부위가 살짝 발려나가 있다.
나름 열일 했다.
그 컴컴한 공간에서 메뉴판도 찍어 왔으니까.
거의 대부분 가격이 안적혀 있는데 싯가로 받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그 싯가라는 것이 무시할게 못된다는 것을 계산할 때 절실히 느꼈다.
뭐 대단하게 먹은 것도 없는데 7,350엔이 나왔다. 어쩌면 내가 그 흔한 닭꼬치구이집들과 이꼬르~하게 생각하는게 잘못이기도 하겠지만 이래저래 비싼 편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링 해보니까 어떤 일본인도 그렇게 평가해놨더라는.
내가 아니라 함께 동행하신 K님께서 지불하시는지라 괜시리 더욱 편치 않은 마음.
어쩌면 저 꼬마 아가씨도 가격에 깜놀하고 있는지도.
아. 아니다.
메뉴판에는 가격 자체가 없으니 그럴리는 없겠네...
아무튼 그 평범한 메뉴판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무척 귀엽.
소녀도 언젠간 할머니가 될테지...
내가 너희에게 먹을 것을 내릴 것이니...
"ㄷ자형의 나지막한 바 한가운데에서 주인 할머니가 구워주는 로바타야키는, 각 재료를 절묘한 감각으로 구워 최상의 맛을 이끌어 낸다"고 어디서 말하고 있다. 게다가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쿠시로산의 엄선된 숯을 사용하고, 각 생선의 기름이나 살의 두께에 맞추어 화력을 조절해가며, 하나하나 정성껏 구워 준다"고 한다.
아무튼 뭐, 그렇다고.
마치 영역을 둘러보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의 왕 사자 같은...
할머니는 부하 사자 몇 마... 할머니보다는 좀더 젊은 할머니 두어분과 함께 가게를 보신다.
굽는 것은 주로 할머니 몫.
요리를 내놓고 계산을 하고 치우고 하는 일은 다른 분들의 몫.
아...
닛뽄의 삐루는 역시 진리이다.
난 결단코 친일파가 아니다. 국가를 논하는 것 자체가 평범한 이들로 하여금 어설픈 추종을 하게 만들고, 또 상호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편이라.
그래도 이건 나라 이름을 거론하며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동양권인데도 왜 일본은 여느 화로구이집의 생맥주 맛 조차도 이렇게 우리나라 식당들과는 다르게 감동적인걸까. 이게 과연 단지 역적모드가 발동되어 내 기분이 그런 착각을 불러오게 하는 것이겠는가!
물론 국내에도 겁나게 맛있는 맥주를 내 놓는 곳들이 있다.
대신 돈도 겁나게 비싸게 받아 먹지.
과도한 돈질 필요없이 동네 점빵 앞 평상에서 소주 마시듯 아무곳에서나, 아무렇지도않게, 맛있는 맥주, 생맥주를 마시고 싶다~~~
숯 한번 조절해주시고...
돼지고기 꼬치로 보이는 것을 올려놓으심.
요건 K님께서 드신 다른 술.
소주였는지 청주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가리비 엄지척!
오징어는 사이즈가 좀 작음.
연어알밥
탱글탱글 탱그리~
신선도가 다르니...
인당 최소 3000엔 이상은 예상해야 한다.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미리 문의하거나 현금 준비는 필수.
주메뉴로 멘메, 홋케, 긴다라, 우니동, 이쿠라동, 믹스동, 이시카리차즈케 등이 있으며 대부분 싯가로 계산. 싯가라 사실 정확한 가격 예상이 어려움.
계산내역서 없는 곳
원래는 계산서 따위 주지 않는다.
7,350엔이라길래 내가 요구했다.
1.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고 (기억력이 ㄷㄷㄷ)
2. 도대체 뭐가 얼마나 하는지 궁금해서였다. (일본어를 몰라서 추리하느라 뇌력 낭비 ㅋㅋㅋ)
근데 저 복잡한 금액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계산기를 두들기더니 손으로 써주는데 그걸 보고 깜놀했다. 나도 호모 사피엔스긴 하지만 어디서 저런 기억력과 순발력이...
카운터 어딘가에 싯가표를 적어둔건가?
뭐 대단하게 먹은 것도 없는데 가성비는 비웃는 비싼 가격이 나와버려서 좀 실망.
게다가 10% 서비스 차지 같은게 붙네. ㅠ.ㅠ
그래도 "나는 돈이 튀는 정도는 아니지만 흐르는 정도는 되니 한번 가봐야겠다" 하시는 이유 있는 호모사피엔스들은 아래의 주소로 찾아가기 바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쎄쎄~
아니,
사요나라~
그래도 갈거라면 알려주는
로바타 주소 및 연락처
Adress/Sakae-machi 3-1, Kushiro-shi, Hokkaido
Post No,/085-0013
Phone +81-154-22-6636 Fax +81-154-43-1800
토러스 랩 / Torus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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